2인역사 5~8호선 150개역 중 107곳…그마저도 별개 업무
작성자 : 3교대 / 2019-02-25 08:27:53
늘어나는 2인 역무 지하철 “사고 안 나기만 빌 뿐”
신문A12면 TOP 기사입력 2019-02-25 06:02 최종수정 2019-02-25 07:32

ㆍ서울 5~8호선 150개역 중 107곳…그마저도 별개 업무
ㆍ나 홀로 근무도 예사…막차서 버티는 취객과 실랑이도
ㆍ대구참사 다시 일어나도 ‘4인 대응 매뉴얼’ 안전 무방비

지난달 서울 지하철 2호선의 한 주박역(막차와 첫차 사이에 열차의 주차가 가능한 거점역)에서 흔치 않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심야시간 만취한 승객 2명이 막차에서 내리지 못한 것이다. 역무원이나 승무원은 막차에 남은 승객을 내보냈어야 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해당 역의 역무원들은 바빴다. 야간근무조 3명 중 1명이 휴가를 가 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상·하행선의 막차가 2~3분 간격으로 왔다. 2명이 8량 열차 2개를 서둘러 살피다보니 열차 구석에 누워 있던 승객을 놓친 것이다. 다행히 승객은 첫차 출발 전 장비점검 중 발견됐고 무사히 귀가했다.

하루 3만~5만명이 통행하는 서울의 지하철역에는 수년째 역무원 정원이 고정되면서 역무원 2명이 근무하는 2인 역사들이 늘고 있다.

24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5~8호선 150개역 중 107개역은 역무원의 근무시간 배치기준이 2명에 불과하다. 2인 역사라도 역무원들은 같은 장소에서 근무하지 않는다. 한 사람은 개찰구 옆에 있는 ‘아이(i) 센터’에서 무인 카드 자판기나 지하철 출입 관련 승객 응대를 하고, 다른 사람은 ‘고객상담실’이라고 쓰여 있는 역무실에서 행정 업무를 본다. 교대로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니 대부분은 앉은 자리에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주간근무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역사를 지키는 야간근무는 취객 상대가 업무에 추가된다. 막차인데도 열차에서 내리지 않으려는 승객들, 열차에서 내리고도 플랫폼을 떠나지 않는 승객들과 실랑이를 해야 한다. 폭행과 폭언이 종종 수반된다.

2인 역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 ㄱ씨는 “폭행과 폭언은 부지기수고 반말과 하대에 늘 노출돼 있다. ‘내가 너희들 월급 주는데’ 이 말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둘 중 한 명이 휴가나 본사 교육에 들어가면 혼자 근무하는 일도 생긴다. 다른 역의 역무원이 지원을 나오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ㄱ씨는 “혼자 근무하게 되면 사고만 나지 말라고 빈다”고 말했다. 최소 인원으로 역사가 운영되다보니 안전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 이후 지하철 객실 내 좌석과 내장재는 불연재로 교체되고 승강장에는 소화기 등 물품이 추가 비치됐다. 화재 시 대응 매뉴얼도 구체화됐지만 역무원 4명을 기준으로 임무를 나누고 있어 2인 역사는 매뉴얼대로 대응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역무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각 역의 역장을 역무원으로 투입시키기도 했다. 사측은 현재 4교대 근무를 3교대로 바꾸거나 비정규직 채용에 합의할 것을 노조 측에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노조는 안전사고 위험을 방치하고 있다며 지난 18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서울교통공사를 고발조치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임현석 역무본부장은 “16년 전 대구지하철 사고가 다시 일어나도 시민 안전을 책임질 사람은 1~2명에 불과하다”며 “시민들이 자신이 이용하는 역이 1인 역사라는 것을 알면 오히려 더 불안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