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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 제작소가 아니라 절망 제작소가 인턴'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오용하다

    • 퍼왓수
    • 13-09-20 08:30
    • 2,595
    희망제작소 - '인턴'이라는 단어는 의도적으로 오용하고 있습니다?!
    Stranger than fiction. / 2011/09/10 06:49

    희망제작소의 오랜 기간이 걸린 답에 다시 답함.

    안녕하세요. miseryruns입니다.


    누구냐 하면, 지금 딴지 메인에 걸려있는, 희망제작소에서 작성한 <희망제작소 논란, 기억하세요?>의 글이 원인이 되었던, <희망제작소는 무엇을 제작하고 있는가> 라는 글을 2011년 3월 19일에 썼던 miseryruns입니다. 지금 이 글은 딴지가 해킹당하여 딴지일보에서는 보실 수 없고, 제 블로그에서는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iseryrunsfast.tistory.com/489


    이번 희망제작소의 답변에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우선 희망제작소의 답변 방식이 참으로 세련되지 못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 시장 출마에 대한 논란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데,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 그리고 결론을 내기 위해 사회현실이라는 애매한 장을 끌어내어 결론이 아닌 것처럼 말하기까지, 제가 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해명글이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뭐, 딴지일보에 달린 댓글을 보자니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해 갑갑하고 아쉬운 마음에, 이번에는 관련된 이야기들을 조금 더 자세히, 분류해서 답이자, 다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또는, 상황 분석이나 조언도 조금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의견일 뿐이니, 그런가보다 하셔도 그냥 씹으셔도 상관 없겠습니다. 사실 이제 답을 다시 듣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없습니다. 실망의 끝이죠 뭐.


    잠깐 이전 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이전 글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몇몇 찌질한 우익어용 언론사들이 제 글의 논지를 멋대로 곡해해서, 노동착취의 개념으로 잔뜩 가져다가 쓰셨는데, 씨발 니 새끼들 쓰라고 쓴 글 아니거든. 제 블로그의 글은 원문의 수정 없이 인용할 때만 사용이 가능하며, 비상업적으로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물론 딴지일보에 실린 글은 제가 업로드한 것이므로 여기서 제외되고 말고는 제 마음입니다. 저작권은 천부권이라니까요 이 씨발것들아) 그래서, 명확히 말씀드리는데, 인용하시려면 다음의 조건을 따라주십시오.


    1. 전문 인용이나, 적어도 문단 단위를 최소의 인용단위로 정합니다.
    2. 인용 이전에 제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연락은 블로그에 비밀글로 Guest란에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제가 24시간 이내에 연락드립니다.
    3. 이 이외의 모든 인용에 대해 저는 가능한 최대로 지랄을 해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부탁드립니다.


    1. 글 읽다 말고 리플부터 열폭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등수놀이 하면 뭐하나요. 해킹당하면 다 끝인데. 부질없는 짓이에욤.
    2. 노동 착취의 개념과 전략 등에 대한 논의가 될 것입니다만, 희망제작소에게 '그럴 줄 알았다'는 투의 리플은 자제해 주십시오. 이 논쟁은 희망제작소가 어떤 문제지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밝히기 위한 것이지만, 저나 희망제작소 양쪽 모두 21기의 443명의 인턴 모두에게 희망제작소의 경험에 대해 긍정적 / 부정적 평가를 받고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적어도 희망제작소는 443명의 연락처라도 있겠지만, 저는 자발적으로 제게 이야기를 해 주신 몇몇 분들의 이야기 뿐입니다. (물론 적은 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게다가 저는 이 분들의 신상을 밝힐 권리도, 의무도, 의지도 없습니다. 제가 먹은 욕과, 제게 주어지는 맹목적 분노만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3.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현재 희망제작소가 처한 특이한 상황, 그리고 제가 가지는 개인적인 관점과 지금 이 글이 또 쓰여져서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가능한 이 시점에서 정리하고자 함입니다. 그러므로, 이 글에 대한 과대, 확대해석이나 일반론적인 표현들은 가능한 자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매체가 함정매체가 딴지일보입니다만, 적어도 이 정도는 생각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 여기기 때문에 부탁드립니다.


    갑니다.



    왜 이런 상황이 왔는가에 대한 정리

    http://miseryrunsfast.tistory.com/487
    희망제작소냐, 아니면 절망제작소냐?

    2011년 3월 16일 23:22에 제 블로그에 올라간 글입니다. 글의 배경은 뭐 글 자체에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겠습니다. 이 글은 티스토리의 발행 글 트위터 연동에 의해 트위터에 올라갔고, (제 트위터 ID는 @miseryrunsfast 입니다) RT가 좀 많았습니다.

    이후 박원순 변호사의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옵니다. 시간은 3월 18일 08시 53분입니다.

    http://www.wonsoon.com/2784?category=0
    저에게 돌을 던지세요

    그리고 희망제작소 사무국에도 글이 올라옵니다. 이 글은 3월 18일 16시 10분에 올라왔네요.

    http://www.makehope.org/3258
    [인턴 모집] 사무국에서 알려드립니다

    저는 기대감을 가지고 글을 읽고, 실망을 넘어 이건 좀 아니다를 넘어, 이쯤 되면 자기들이 가진 문제가 뭔지 모르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글을 썼습니다. 딴지일보의 메인에 올라간 글이 이 글입니다.

    http://miseryrunsfast.tistory.com/489
    희망제작소는 무엇을 제작하고 있는가

    이 글에 대한 답변이, 2011년 9월 7일 12시 25분에 딴지일보 메인에 올라왔습니다. 제가 이 글을 발견한 것은 이로부터 반나절 정도 지난 9월 8일 새벽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딴지일보의 메인은 직접 기사를 써 올리는 것이 아니라, 독투불패에 글을 써 올리면 딴지에서 적절하게 골라 메인에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딴지일보에 기사를 제공한 것이지, 딴지일보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아닙니다. 딴지일보가 제 글을 선택하여 메인에 올린 이유를 저는 모릅니다.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이런 글이 올라왔는데, 사실 답변이 괜찮다면 제가 뭐라고 할 필요는 별로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논란의 제공자가 되긴 했지만, 그 논란이 제 의지와는 별로 상관없는 영역까지 퍼져간 것에 대해 저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희망제작소 사무국의 명의로 올라온 이 글은 제 판단에는 외려 논란을 키우기 아주 좋은 글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이전의 문제 지점을 명확히 하고, 그 다음에는 희망제작소 측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답을 알려드리는 것이 글의 목적입니다. 게다가, 초기의 지적 자체는 모호하게 흐려져 있는 듯 해서, 그 지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즉, 이 글은 단순히 희망제작소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거나, 문제 집단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명확히 하고, 오해는 정리하고, 받아들이신다면 나름 제 판단으로는 쓸만할 조언도 드리고자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희망제작소의 답변에 대한 실망


    글은 잘 봤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이유를 하나하나 설명해볼까 합니다. 물론, 이 글의 목적이 단순히 희망제작소의 행태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위에 저 두꺼운 문장은 쓰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 서울시장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출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셨고, 안철수 교수님이 여기에 힘을 실어주셨으며, 관련된 정황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글을 쓰는 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내용 중심으로 정리해나가고자 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첫 문단에서 의도적으로 문제의 논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봅니다. 지금 마빡에 있는 글을 여기 다시 싣는게 쓸데없는 트래픽 낭비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래도 설명을 쉽게 하기 위해 글을 분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뭐 의미가 통하지 않는 수준으로 분해하는 짓은 안 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후부터 현재까지 21기에 걸쳐 연 4회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습니다. 희망제작소에 관심 있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 443명이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료했고, 참가자들이 연구원과 교류하고 희망제작소 활동에 참여하는 장으로 기능해왔습니다.         
     
    그런데 2011년 3월 21기 인턴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온라인상으로 희망제작소 인턴제도에 대해 ‘무급 인턴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출발한 논란은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당시 제기된 비난 중에는 희망제작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의견도 많았고,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목소리도 존재했습니다. 또한, 논란 자체로 말미암아 그간 희망제작소 인턴으로 근무했던 분들과 당시 인턴 모집에 지원하셨던 분들께 적지 않은 누를 끼치게 된 점을 고려해 사무국 차원에서 다음과 같은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온라인 상에서 무급 인턴 논란이 일어난 건 맞습니다. 그러나, 문제 제기는 무급 인턴이 아니라, 인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의 문제가 주가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희망제작소의 목적의식과 특히 '천 개의 직업' 이라는 박원순 변호사가 자주 사용하던 캐치프레이즈에 기반한 희망제작소의 '일거리를 사회적으로 창출한다' 는 개념에 대해 전제를 깔고 한 비판이었습니다. 그런데, 희망제작소가 아예 이걸 처음부터 '무급인턴 논란' 의 프레임으로 답하는 걸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둘 중 하나라고 봅니다. 1. 텍스트를 5개월동안 고심했음에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 고의적으로 무급 인턴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물론, 또 하나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3. 문제 제기 자체야 듣보잡이 한 거니 그렇다 치고 그냥 대중에게 답하자. 그러나, 다른 매체가 아닌 딴지일보에 기고하신 것을 보니, 3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글을 썼던 것도 딴지일보니까요. 물론, 글을 올려주신거야 제게는 아무 선택의 권한이 없는 일이었으니, 저도 사실은 이 일이 이렇게까지 올 줄은 전혀 몰랐기도 하고 말입니다.

    어쨌거나, 희망제작소측은 기본적으로 이 프레임을 이렇게 상정하시면서 이후 '오해다!' 를 외치실 준비를 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논란 자체가 인턴으로 근무했던 분들과 당시 지원하신 분들에게 적지 않은 누를 끼친' 것을 고려해 글을 올리셨다는 말씀은, 희망제작소의 스탠스가 문제에 대한 인정보다는 이 문제가 알려지면서 생긴 트러블 정도로 이해된다는 인상도 받게 됩니다. 저는 희망제작소가, 이러한 글의 기본적인 구조, 관점을 설정하는 데 있어 너무 진지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뒤이어 딴지일보가 본 사안을 기사화 하였고, 이 내용을 다시 모 인터넷 언론사가 재인용 하면서 포털 메인화면에 오르내리면서 희망제작소는 커다란 비난 여론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비난의 요지는 ‘희망제작소가 무급으로 인턴을 고용해 정규직에 준하는 업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 제가 쓴 글의 요지는 이게 아니긴 합니다만, 물론 이렇게 읽히라고 썼습니다. 저는 희망제작소의 업무량이나, 내용에 대해 파악하고 있지 않았지요. 그런데 제 글의 요지는 이게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물론, 인터넷 언론사의 인용과 재인용이 이루어지면서 이렇게 흘러가는 거야 저도 봤습니다. 처음 이 부분을 읽다 보니 제가 죄책감까지 느낄 지경이더군요. 그리고, 딴지일보가 기사화 한 게 아니라, 딴지일보는 제 글을 기사로 올린 것이지요. 딴지일보가 제 글을 선택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려는 것이라면 핀트를 좀 잘못 잡고 계신 거고, 제가 보기에는 딴지일보의 상대적으로 특수한 구조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계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비난 여론에 시달리는 것이 문제입니까? 아니면 문제에 답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까? 제가 제기한 문제 자체는 결국 박원순 변호사의 홈페이지에서 답변을 찾긴 했습니다. 요약하면, '그래도 이게 옳으니까 나는 이렇게 할 것이다' 라고 요약됩니다. 그런데, 제가 기대한 답과는 거의 정 반대의 것이었기 때문에, 저는 글을 또 썼고, 그 글이 딴지일보 메인에 올라갔지요.

    그리고 5개월이 지나,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나서 이 글이 올라옵니다. 우선 타이밍이 지나치게 안 좋습니다. 게다가, 이전에는 직접 글도 쓰셨던 박원순 변호사의 이름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썼던 글에서는 박원순 변호사의 한국 사회에서의 브랜드에 대한 희망제작소의 이용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어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아예 프레임 오프를 해 버리신 상태에서 답을 쓰시는 셈입니다. 이거, 이해 안 갑니다. 아마도 제 블로그 주소를 모르시지도 않을 게고, (거기에 댓글도 희망제작소에서 다셨으니 말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인지는 몰라도) 그 글도 아마 가지고 계실 듯도 한데 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해당 인터넷 언론사가 희망제작소 측에 아무런 사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단순히 인터넷 상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을 취합해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이건 저도 유감... 이 아니라 솔직히 졸라 화가 나고 있습니다. 언론이 이런 거 정리하라고 있는 걸텐데, 이것들이 외려 오해를 증폭시켰으니까 말입니다.


    해당 기사뿐만 아니라 해당 기사가 인용한 네티즌들의 의견 상당수도 사실과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해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이 ‘노동력 착취’ 등의 단어로 간단하게 규정되면서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었습니다. 당시 상황에서는 희망제작소가 어떠한 해명을 내놓더라도 논란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지점이 제가 생각하는 이 글의 가장 끔찍한 지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한국 사회에서 어쨌거나 문제인 지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그런 문제들을 개선하는 곳이지요. 그런데, 그런 희망제작소가 '오해가 될 테니 입을 닫기로 했다' 는 태도를 보이는 게 이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물론, 이렇게 쓰면 대부분 넘어갈 거 같긴 합니다. 인터넷은 폭력적이고 폭압적인 공간이니라고 하는 말에는 대부분 쉽게 수긍을 하지요. 그런데, 희망제작소는 언론에 기사를 실을 수 있는 영향력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딴지일보 메인에야 저도 글 쓰면 딴지일보의 간택을 받아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만, 제가 이런 글을 언론사에 기사 투고한다고 해서 기사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이런 이유로 5개월이 걸린 거라면 누가 믿을까요? 당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 시장 출마를 하겠다고 했으니 실드치는구나. 라고 생각할 겁니다. 올리신 답변 글에 달린 리플들을 봐도 그렇지요. 다시 말해, 이 기사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그나마 5개월이 지난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불을 지피신 꼴이 되는 건 아닌가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내용에 대해 올바른 답을 하시면 되는 거 아닙니까? 진실이 존재하는데, 진실이 묻힐 거라서 답을 못했다. 라는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희망제작소가 지금까지 해온 일에 부여한 이미지를 보면 말입니다.



    그러나 이제 22기 인턴을 모집하기에 앞서 사실과 다른 내용은 바로 잡고, 지난 논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답변 드리는 시간을 갖고자합니다. 또한, 희망제작소 회원 여러분, 희망제작소 인턴 제도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을 위해 본 제도에 대한 상세한 정보와 희망제작소의 입장을 밝혀두고자 합니다.



    22기 모집을 하시는 거군요.



    ‘인턴’이라는 용어의 문제

     

    희망제작소의 인턴십 프로그램은 수료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식의 채용 연계 과정이 아닙니다. 한마디로 정리해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여타 기관의 사례를 참조해 볼 때 실무 및 내부 교육 프로그램 참여, 타 기관 방문 등의 활동에서는 직장체험 및 연수 프로그램의 성격을, 충분한 경제적 보상 없이 희망제작소에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재능기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의 성격을 부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넵. 재능기부, 자원봉사 프로그램이 맞습니다.


    지난 논란 과정에서 ‘인턴’이라는 용어 자체로 불거진 오해가 존재했던 것 같습니다. 일부 기업이나 기관에서는 인턴 제도를 채용과정과 연계해 정식 채용 전 수습사원의 성격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해 ‘희망제작소가 채용에 대한 의지 없이 무급으로 청년 구직자들을 고용한 뒤 인턴 기간 동안만 노동력을 제공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서 말씀드린 희망제작소 인턴제도의 성격을 고려할 때 전혀 사실과는 다른 주장입니다.


    ...여기서 조금 글이 꼬입니다. '희망제작소가 채용에 대한 의지 없이 무급으로 청년 구직자들을 고용한 뒤 인턴 기간 동안만 노동력을 제공받으려 한 것이 아니냐' 는 의심을 저는 하지 않았고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의심은 일부라고 봅니다. 아니다 싶으면 들어갔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을까요. 이런 문제가 핵심이 아니라니까요.

    문제의 핵심은, 희망제작소가 '인턴' 이라는 단어를 다른 의미로 - 재능기부와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서 - 사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게다가 '무급 인턴' 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박원순 변호사가 쓰신 글에 있기도 하지요. 문제의 핵심은 여기입니다. 즉, '인턴' 이라는 용어의 문제라는 제목 정리는 잘 하셨는데, 이후 글은 핀트가 막 어긋납니다.


    몇몇 분들은 계속 이 같은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자원봉사 혹은 서포터즈 등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의 지원자와 참여자 모두 본 프로그램의 성격에 대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해하고 수용해왔으며, 용어상의 혼란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습니다.


    ... 지금 이건 용어상의 혼란이 아니고 뭔가요. 여기서부터 갑자기 글이 이상하게 흐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상당수가 이 시점에서 짜증을 내셨을 것 같습니다. (짜증의 결과는 밑의 리플에 있고 말입니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인턴이라는 용어는 특정 형태의 채용형태를 지칭하기보다,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만일 희망제작소 인턴제도에 정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면, 단순히 명칭을 변경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현재 명칭 변경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진짜로, 이 글을 읽다가,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문제점을 지적할 건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이 문단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사실상 매우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곳입니다. 이후 혼란스럽게 펼쳐진 논의 중에, 사회적 정의에서 희망제작소가 뭐 하는 곳인가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연구소' 로 정의되는 것 같은데, 사실 논쟁의 양에 비해, 그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개인사업자 회사명에 '연구소' 가 붙어있으니까 말입니다.

    문제는, 희망제작소가 20대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천가지 직업을 만드는 일을 하는 곳인데, 인턴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가지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고작 저것 뿐인가 하는 지점입니다. 다시 말해, 희망제작소의 인턴에 대한 단어적 이해는 잘 알겠으나, 한국 상황에서의 인턴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에 대한 이해는 별로 없다는 것이 제 판단이고, 이건 분명 희망제작소에 대해 실망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만, 인턴이라는 것을 단어적 활용으로만 보고, 한국사회에서의 인턴십 구조의 문제를 외려 강화하고 있다는 게 희망제작소에 대한 제 문제 제기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정규직 수준의 업무부여

     

    희망제작소가 무급으로 인턴을 고용해 정규직 수준의 업무를 부여했다는 비판은 지난 논란에서 핵심이 된 지점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인턴을 모집하면서 ‘주5일 근무자’, ‘지방 출장 가능자’를 우대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

     

    실제로 많은 희망제작소 인턴 연구원들은 주5일 근무를 수행하며, 경우에 따라 연구원들과 동행해 지방 출장을 가기도 합니다. 또한 연구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내부 회의에도 참석하고, 실제 프로젝트 기획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이는 희망제작소가 처음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부터 세워온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즉, 여타 기관의 인턴십 프로그램처럼 형식적으로 보조적인 업무만 수행하며, 해당 분야에 대한 경험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수행하도록 하는 것은 피하자는 원칙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연구원과 인턴 연구원이 함께 업무를 수행해 나가다보니 많은 인턴 연구원이 연구원들과 동일하게 주5일 근무의 형태로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논쟁이 오고가고 많은 비난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제시한 문제의 핵심은 희망제작소가 이렇게 인턴을 활용할 수 있는 바탕이 무엇인지 알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 그리고 희망제작소가 이러한 문제를 고치고자 하는 노력 없이 21기수에 443명의 '인턴'을 받아왔다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일부 희망제작소를 옹호하시는 분들이 제게 '너나 잘하세요' 라고 하시기에, 저는 나름 잘하고 있다고 썼습니다만, 이제 이런 이야기 더 듣는 것도 피곤하니 답을 좀 하겠습니다. 저는 우선 내용연구소라는 개인 사업자를 가지고, 홍대에서 까페 하나 하면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합니다. 문화기획에 대한 강의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사회적 기업이나, 개인적으로 문화 관련하여 일을 하거나 하고자 하는 친구들에게 무료 컨설팅이나 기획을 해 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BIG ISSUE KOREA의 임시 편집 일을 재능기부로 맡은 상태이고, 이 이외에 www.theheal.co.kr 이라는 인터뷰 매거진, 그리고 몇몇 문화적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 대한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사정이 좀 어려운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무료 상담, 조언, 때로는 제안서 작성 등의 일도 합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만, 어짜피 할 거라면 홍보라도 되라고 씁니다. 그러니, 너는 뭐하는 놈이냐는 이야기는 그만 듣고 싶어요. 저도 이런 짓 한지 꽤 됩니다. 나름. 그래서, 이런 일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가지는지는 충분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저는 서울시나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아 본 적도 없습니다. 제가 벌어서 먹고 살고, 남는 시간에 합니다. 가끔 일거리도 만들어주고 용돈벌이라도 시켜주려고 하고 있고요. 여기까지는 실드였으니까, 계속 이야기하죠.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제안하는 것은 그래서 '이럴 거면 사이즈를 키우지 말고, 급여 구조로 갈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맞다'였습니다. 사실, 많은 사회문화단체, 재단, 기타등등이 이런 방식을 선택합니다. (박원순 변호사는 글에서 '다 그렇게 한다' 고 하시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지금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BIG ISSUE KOREA 역시 안 좋은 재정상태에도 월급은 명확히 지급합니다. 이는 제가 일을 도울까 말까의 선택 기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박원순 변호사와 희망제작소는 이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지점이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희망제작소,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 그리고 아름다운 가게 등이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더 효율적이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과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말하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과를 제공하기 위해 소수가 희생되면 안 되는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성과를 제공하기 위해 틀린 현실을 외면하고, 어쩔 수 없는 일로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됩니다. 그런데, 희망제작소와 박원순 변호사는 이런 현실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인턴'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제 문제제기의 본질입니다. 희망제작소, 그리고 박원순 변호사는 한국에서 아마도 가장 유명한 사회활동을 하는 단체일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인턴'에 대해 '나중에 일은 안 하고, 몇 달간 일을 배우는 것으로 OK'라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 주셨단 말입니다. 진짜로 걱정하셔야 하는 부분은 사람들에게 오해받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사용하는 용어가 다른 데서 멋대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스스로의 영향력을 인지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희망제작소는 인턴 연구원들에게 주5일 근무를 강요하거나, 정연구원과 동일한 업무 강도와 책임을 부과한 적은 없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시작하기 전 면담을 통해 개인의 사정과 부서의 사정을 조율해 자율적으로 근무 시간을 정하도록 하며, 개인의 의사와 능력, 형편을 고려해 업무 참여 수준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인턴들의 업무 수행은 단순한 노동력 제공의 차원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에 맞춰 실제 업무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또한, 인턴 연구원들은 근무 시간을 통해 업무 수행뿐만 아니라 내부 강연 및 세미나 참여, 인턴 연구원들이 자율적으로 기획한 자체 프로젝트 수행, 연구원과의 교류, 타 기관 방문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만, 저는 희망제작소 인턴에 자원한 사람들이 모두 이런 요소들에 대해 충분히 만족했고, 그것이 인건비용을 받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원칙에 동의한 사람만 받는다는 희망제작소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이력서 한 줄을 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얼마나 부도덕하고 부정한 대우를 받는지 아마 모르시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희망제작소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희망제작소처럼 '무급 인턴'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그걸 광고해 주셨어요.

    무급 인턴이 뭐가 문제냐고 물으실 거라면, 저는 지금 기업에 입사원서를 쓰고 있는 예비취업자들에게 물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력서에 '인턴'경력이 있는 게 좋겠나, 아니면 '자원봉사'나 '재능기부' 또는 '활동참여'가 있는 게 좋겠냐고.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턴'이라는 말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건 '인턴'이라는 단어에 대해 사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요소가 다른 단어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희망제작소에서 그렇게 '인턴'이라는 단어가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해서, 실제로 그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걸 모르셨다면 저는 희망제작소에서 도대체 무슨 연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하겠고, 알면서 이러셨다면 이건 저는 희망제작소의 사악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논란 이후 희망제작소 18기 인턴 출신인 홍명근씨가 함께 인턴십 프로그램을 수료한 동료들을 인터뷰해 작성한 글을 소개합니다.


    글 봤습니다. 솔직히, 제 인상은 안하니만 못한 일을 하셨다고 봅니다. 물론, 저기 계신 분들은 저에 대한 분노도 표출하시던데, 제 결론은 간단합니다. 저분들 역시 저 프레임 안에 들어계시다고. 이 글에 대해서도 정리하고 문제 제기를 하자면 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냥 넘어갑니다. 조언 하나 드리자면, 저런 글로 정당성을 주장하시려면 마지막 부분의 날선 표현들은 좀 조절하시는 게 좋았을 겁니다.


    희망제작소 인턴 연구원들이 실제로 어떤 환경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또한 인턴 연구원들은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의 원칙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뭐 인턴 연구원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 이게 정식 명칭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솔직히 제가 이해한 것은 희망제작소에서 이 글을 쓰시면서 어떻게 대응하기로 하셨구나를 어떻게 정리하셨는지는 알겠더군요. 저도 저런 방식으로, 똑같이, 희망제작소가 가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 - 그것도 20대에, 이력서를 써야 하는 상황에서 희망제작소에 가서 일을 했던 - 을 찾아 저런 인터뷰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가명을 써야겠죠. 그 친구들은 또 다른 희망제작소의 '착한 친구들'에게 욕을 먹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니, 진정성 싸움의 구도로 몰아가는 이런 글을 쓰신 거겠지만, 수가 얕으십니다. 게다가 글이 길고, 그나마도 거의 희망제작소 송덕문인데다가, 질문 자체가 아예 노림형식의 질문이라, 솔직히 말해 보고 나서 희망제작소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질문하라면 저는 인턴이라는 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한국 사회에서 인턴이라는 의미가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부터 물었을 겁니다. 이런 논거를 만드는 대화의 기술은 제가 알기로는 인문학적 바탕에서 옵니다. 저야 가방끈이 좀 짧은 사람입니다만, 나름 이 정도는 압니다. 너무 세련되지 못해요. 방법도, 그리고 질문도.



    기간의 문제   

     

    21기 이전까지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은 방학 중 인턴과 학기 중 인턴으로 구분해 각각 2개월(1월~2월, 7월~8월), 4개월(3월~6월, 9월~12월)의 기간을 설정해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당 기간이 하나의 프로젝트에 온전히 참여하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라는 인턴 연구원과 정연구원들의 의견이 있었고, 일부 인턴 연구원의 경우 정해진 기간을 연장해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21기 인턴십 프로그램은 시범적으로 6개월로 활동 기간을 연장해 진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일률적으로 6개월의 활동 기간을 설정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려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것처럼, 6개월이라는 활동 기간은 특히 구직자 신분인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22기 부터는 활동 기간을 이전처럼 2개월과 4개월로 조정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저는 기간 자체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만, 솔직히 이 이슈는 주제에 대해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설마 개인 사정으로 중간에 나간 사람이 없지야 않을 것이고, 이런 프로그램은 어느 날 '취업'이라는 일 하나로 정리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고 말입니다. 그런데, 방학 중, 학기 중이라는 표현을 보며 느끼는 건 결국 타겟이 대학생이라는 것이고, 아래에서 '특히 구직자 신분인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라는 단어를 보며 역시 이 프로그램의 주된 대상은 결국 대학생이라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러면, 역시 앞에서 제기했던 '인턴'이라는 단어에 떡밥의 기능이 있고, 굳이 그 단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 오해가 양산됨을 알게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 아마도 그것이 주는 모집인원의 수준과 양에 대한 매력을 포기 못하시기 때문이시겠죠. 이렇게 보입니다. 그래서, 얄팍해 보이고요.



    처우의 문제

     

    지난 논란 당시 사무국은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하였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해주신 분들의 고언 중 “인턴도 노동력이고, 노동의 대가로 정당한 경제적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느 연구원의 말처럼 “아픈 곳을 찔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분명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받는 측면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비영리기관의 현실을 들어 개선 노력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나 되돌아봅니다.”

     

    일 5천원의 활동비는 현실 물가에 대한 고려, 인턴 연구원들의 기여도를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경제적 보상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인턴 처우에 대한 문제제기가 존재해왔고, 노동부의 청년직장체험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방안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어찌되었건 이런 저런 내부 사정을 연유로 지난 5년간 현재의 처우 수준이 유지되어 온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또한 어느 분의 지적처럼 ‘현재의 상황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것’과 ‘문제로 인식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깊이 되새겨야 할 것입니다. 과연 희망제작소가 지금껏 후자의 입장을 취해왔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픈곳을 찔렸지만, 아픈채로 간다. 가 입장이신데, 다시 말하자면 아프지만 견딜 수 있다. 로 보입니다. 일 5천원이라는 비용이 서울에서 (제가 알기로는 서울에 있는 걸로 압니다) 한 끼 식사 빠듯한 비용이라는 것도 아실 게고, 그게 제가 주장하는 '인턴'에 대한 사회적 프레임과 결합하면 폭력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지요. 노동부의 청년직장체험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저도 조금 압니다만, 신청이라도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픈 곳이라면 말입니다. 생각만 해봤다와, 신청했는데 떨어졌다. 라는 건 하늘과 땅 차이겠지요. 물론 희망제작소와 박원순 변호사 정도의 능력이라면 신청해서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이상한 프레임이 하나 보입니다. '현재의 상황을 당연하게 인식하는 것'자체가 지금 희망제작소에 제기된 문제의 핵심입니다. 희망제작소의 브랜드 자체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요.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희망제작소에 관한 기사들만 일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겁니다. 그런데, 정작 희망제작소가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모른 척 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충분합니까? 희망제작소의 사업 목적 자체가 거기 있는데 말입니다. 다시 말해, 도대체 5년 동안 무엇을 연구하시고, 무엇을 제작하신 겁니까? 현실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없이 말입니다. 저도 연구일을 하기도 합니다만, 연구의 가장 기반은 현장, 현황 조사라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지난 논란이 발생한 이후 21기 인턴부터 현재의 재정상황과 예산계획을 고려해 우선적으로 일 5천원에서 1만원으로 활동비를 인상해 지급하고 있습니다. (출장, 외근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이와는 별도로 지급해왔습니다.) 물론 일 1만원의 금액 역시 인턴십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식대, 교통비 등의 실비를 보전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후에도 재정상황이 허락하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인턴 연구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나갈 계획입니다.



    5천원이라도 올려 주신 거야 감사합니다만, 솔직히 이건 답이 아니죠.


    그러나 희망제작소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현재의 인턴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자원봉사와 재능기부 등의 활동을 ‘선의에 호소하는 노동착취’ 식으로 규정하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에 자신의 자율적인 의지와 가치지향에 따라 경제적 보상 여부에 관계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가 존재할 수 있으며, 존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또한 참가자들의 자율적인 의사와 참여가 전제되는 한 재능기부와 자원 활동의 성격을 지닌 희망제작소 인턴프로그램 역시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와 재능기부가 아니라 인턴이라면서요. 자원봉사와 재능기부가 '선의에 호소하는 노동착취'가 아니라는 건 저도 동의한다고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 붙은 이름은 '인턴'이고, 인턴이라는 단어는 희망제작소만 그렇게 쓴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거 바꾸라고요. 아니면 세상을 바꿔서 인턴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바꾸시든가. 그런데 저같은 개인이 문제제기하는 것도 이렇게 대응하시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실지, 저는 잘 모르겠군요.

    경제적 보상 여부에 관계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행위 존재할 수 있어요. 저도 지금 BIG ISSUE KOREA 9월 15일자에 들어갈 기사 세 개 수정 정리해놓고 짬 내서 이 글 쓰는 겁니다. (지금 새벽 5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받는 쪽에서 당당히 할 말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 글에서는 마치 그게 사회의 공정한 정의처럼 이야기하시고, 그거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간단히 말해 당신들이 하실 말씀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참가자들의 자율적인 의사라고 하시는데, 그거 참가자들이 당신들처럼 한국 사회에서 유리되어 '인턴'이라는 단어와, 이력서에 '스펙'을 요구하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벗어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지 않고서는 그저 말장난일 뿐입니다. 그리고, 저는 희망제작소나 박원순 변호사가 이런 지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랬다면 이런 구조 자체도 만들지도 않았겠죠.



    자율성의 문제

     

    많은 분들이 제기한 비판 가운데 또 한 가지 귀담아 들어야할 지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장기화된 청년 실업을 겪고 있는 사회 현실에 대한 고려입니다. 이는 앞서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 존속의 중요한 전제 조건으로 언급한 ‘자율적인 참여 의지’와 연관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청년 구직자들은 좁아진 취업문으로 인해 과열된 스펙 경쟁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학점, 영어 성적뿐만 아니라 각종 기업, 공공기관, 단체 등에서의 인턴 활동 경력을 쌓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에 지원한 청년들이 과연 희망제작소 측의 주장대로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무급을 감안하고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입니다. 또한 6개월의 활동기간, 주5일 근무자 우대 등의 인턴 모집 공지 내용을 바탕으로 ‘취업 경쟁에 내몰린 청년 구직자들의 처지를 악의적으로 이용해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난도 존재했습니다.

     

    우선 청년 실업이 심화된 사회 현실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회현실을 개선하는 데 희망제작소 역시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론을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또 희망제작소가 대다수가 대학생인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활동 기간, 근무 조건 등을 설정할 때 이러한 현실을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바로 앞에 쓴 글 내용과 기본적으로 같은 시각을 견지하시고 계시는데, 이 뒤가 함정이죠. 하지만 하나 지적하고 넘어갈 것은, 희망제작소가 이러한 사회현실을 개선하는 데 동참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의 사업의 목적 아니었느냐는 말입니다. 왜 여기서는 갑자기 수동적이 되시는지 궁금하군요. 아니나다를까, 바로 특수성 이야기하시네요.


    그러나 거시적인 사회 담론을 세부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는 언제나 다양한 변수와 사안별 특수성을 고려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즉, 위와 같은 사회현실을 감안한다 해도  과연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정말로 취업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해  본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있는 것인지, 희망제작소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위(청년들에게 인턴 활동 증명서를 수여할 수 있는)를 이용해 청년들을 무급으로 착취하고 있는지는 그렇게 간단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반론일반론. 도움 하나도 안 됩니다. 정말 자원봉사라면, 왜 인턴 활동 증명서를 제공합니까? 인턴들이 원하니까. 라는 답이 도출되죠. 간단하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시라는 것은 희망제작소의 주장이고, 저는 그 주장에 매우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지난 5년간 인연을 맺어온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면면을 되돌아보면 NGO 및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 혹은 희망제작소의 사업 영역인 사회혁신, 지역 활성화, 커뮤니티비즈니스, 시니어 교육 등에 대한 관심에서 인턴 모집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 이후 진로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기업체 취직 이외의 다양한 분야, 다양한 형태의 진로계획을 갖고 있는 참가자들이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즉, 희망제작소라는 조직의 특성에 따라 인턴 지원 동기, 목적, 활동 양상 등에서 기업 등의 인턴십과는 분명히 구별되는 특성을 보여 왔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이 같은 특성,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인턴 수료증을 얻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무급을 감안하며 희망제작소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원이 얼마나 존재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갑자기 주관적 판단으로 뒤덮인 문단이 나오는데, 뭐 어짜피 저도 이 일에 제 돈 시간 써가며 객관적 지표 같은 거 만들 여유는 없으니 그건 그런가보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회 혁신, 지역 활성화,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등 유사한 일을 하고 있는 제 입장에서 보자면, 그리고 제 주변에서 이런 일들을 하고 있는 젊은 친구들은 거의 100%에 가깝게 자신의 미래, 특히 경제적 미래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친구들입니다. 뭐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을 수행했던 443명 중 그 비율이 얼마나 될지는 어짜피 희망제작소에서도 제시하지 못하겠지요. 그러나, 저는 현재의 상황을 볼 때 그 비율이 매우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희망제작소가 어떻게 말씀하시든, 아마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제게도 무급이라도 좋으니 옆에서 일을 배우고 싶다는 친구들, 있습니다. 저는 무조건 거부합니다. 다만 얼마라도 쥐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친구들이라도 있으면 일이 편해지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시작하면, 그 친구들은 어느 순간 - 아마도 희망제작소에서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빠르게 - 지칩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하고 있는 자신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게 되죠. 결과적으로 그 친구들이 나중에도 이러한 활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가능성은 오히려 낮아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얼마 전 문제가 되었던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사건이 좋은 예가 될 겁니다.


    또한, 시민사회가 오랜 역사를 지닌 외국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과 인정, 자원 배분이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희망제작소와 같은 NGO, 비영리기관이 운영하는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와 일반 기업체 등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가 동일한 성향 및 목적의식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 자체의 사회적 기능과 의미에 있어서도 획일적인 관점을 적용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물타기 하시는데, 게다가 외국과의 비교라는 엽전주의까지 써 가시는데, 그렇게 '모른다'가 아니라, 희망제작소가 지금 사용하는 '인턴'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회에서 인식하는 거랑 틀리니까, 그러지 말라는 겁니다. 그 말 맞아요. 그런데, 아무 쓸모없는 말입니다. 마치, 남자는 남성이다. 와 같은 수준이에요. 기업에서는 '인턴'이 입사를 전제로 하는데 우리는 아니니까 다른 거다? 그러면 단어 뜻이 다른 게 아니라, 단어를 잘 못 쓰고 있는 겁니다. 정신 차리세요. 아니면 인턴이 그렇게 쓰이는 새로운 세계를 만드시든가요. 적어도 지금 여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의견만은 아닌 거 같고 말입니다.



    앞으로는

     

    지난 논란이 발생한 이후 많은 논의와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동안 희망제작소 연구원들 스스로가 인턴십 프로그램을 어떻게 인식하고,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자들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턴십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수료 후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의례적인 질문만을 던지고, 차마 건네지 못한 이야기들을 외면한 채 우리 자신만의 시각에 따라 인턴십 프로그램에 정당성을 부여해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돌아봐야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 글이라면 좀 많이 참담합니다. 그래서 새로 물어보신 게 위에 있는 18기 인턴이셨던 분에게 하신 질문이라면, 참담함을 넘어가서 안쓰럽기도 하군요.


    논란 이후 특히 처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희망제작소가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이 많지 않아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현재의 개선책,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희망제작소 구성원들의 인식이 완전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로 인해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한 희망제작소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근본적인 철학이 아니라 이건 단어의 정의라니까요. 물론 이걸 가지고 단어는 기호이며 기호에는 랑그와 빠롤이 있고... 하시면 그 단위에서도 맞서 싸워 드릴 용의가 있습니다만, 이런 식으로 우린 다르니까 이해 못하시는 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드립은 그만 하시죠. 희망제작소가 사회적 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건데, 거기에서도 '저희가 이렇게 생각하지만 우린 다르니까 이해 못하시면 어쩔 수 없구요'하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제작소 구성원들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며 참여와 교류라는 본래의 취지를 계속 살려가야 한다는 점에 뜻을 모았습니다. 한 번 호되게 매를 맞은 만큼,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이전과 같이 관성적으로, 희망제작소만의 자의적인 기준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정의하고 운영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희망제작소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점, 건의사항,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면 job@makehope.org로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메일 저리로도 보내드리죠. 저는 이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며 참여와 교류라는 본래의 취지라는 말씀이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참여와 교류, 좋은 이미지를 가진 단어를 골라쓰는 거야 뭐 딱히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행동에 '참여'와 '교류'라는 인식을 가지고 계신다면 이 프레임을 스스로 벗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때론 날선 언어로 이루어진 비판으로 인해 입었을 마음의 상처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신의 인턴 경험을 밝히고, 발언하고, 희망제작소를 격려해주신 전, 현직 인턴 분들께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넵. 저야 비판이나 신나게 했으니 별로 감사 받을 일은 없습니다. 기대도 안 했구요. 그런데, 역시 소인배적 태도가 보입니다. 하하.


    희망제작소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생각한 문제들이야 위 글 정리하면서 다 썼습니다만, 이를 깔끔하게 정리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생각보다 희망제작소의 입장에서 보기에 텍스트에 대한 이해나 텍스트를 이해할 때의 스스로의 프레임에 대한 고려를 하지 않으시는 듯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짧고 간결하게 문제를 정리해드려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물론,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0. '인턴'이라는 단어의 프레임의 문제

    인턴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희망제작소가 어떤 이득을 가지는 지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턴십은 (처음부터 주장했듯) 이력서에서 자원봉사, 또는 사회봉사와는 다르게 취급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원봉사가 더욱 높은 가치를 지녀야 하지 않나 싶은데 한국사회의 현실은 그렇지 않죠.

    희망제작소의 사업 중에, '상상하면 사업이 된다'는 <천개의 직업>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빈틈을 찾고, 그 속에서 할 일을 찾는다. 라는 개념이죠. 뭐 그건 저도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러나, 인턴이라는 단어를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데서는 이러한 모습과는 반대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능력있는 예비취업자의 이력서를 위해라는 인식과, 실질적인 모집 인원에 대한 능력 전제가 이러한 의심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전 글에서 지적했던 대로, 희망제작소가 요구하는 인력상은 자원봉사가 아니라, 직업의 영역에 가까운 전문화된 일들입니다. 그래도 노력봉사나 자원봉사, 또는 재능기부라는 형식으로 가능하지 않겠나? 라면, 그 일에는 강제성이 존재하지 않아야 합니다.

    물론, 참가하는 사람들과 소통을 통해, 일을 설정하고 분배한다. 고 하시겠죠. 그러나, 어짜피 시작한 거 인턴십 수료증이라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취업준비생에게, 그 일들이 그렇게 자발적이라고 생각하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제가 처음 글을 쓰고 받았던 여러 이야기들도 그렇고요.

    제 이야기 잠깐 해볼까요.

    저는 지금 BIG ISSUE KOREA의 <BIG ISSUE> 라는 잡지의 20호를 편집하고 있습니다. 조직 내부의 문제로, 전체의 잡지 구조를 조율하고, 기사를 수정하고 정리하며, 각 기사들에 있어 여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 상태에서, 저는 재능기부를 하기로 했죠. 물론, 저와 함께 하는 (제가 추천한) 디자이너는 돈 받고 합니다. 저는 문화기획자라 잡지 편집장은 '직업'이 아니므로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습니다만, 디자이너에게는 이건 직업이죠. 그러므로 비용을 제대로 지급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추석 당일에 앉아서 디자인 편집을 해야 하는 건 끔찍한 일이겠습니다만. 저도 마찬가지고.

    제가 조직 사이즈를 키우지 말고, 일을 줄이라고 희망제작소에 제안했던것은, 희망제작소가 '우리는 좋은 일을 하기 때문에 사회 현실따위는 모르겠고'의 태도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도 그 태도 자체는 변화하지 않았습니다. 글이야 조금 더 길고 친절해졌지만, 본질은 바뀌지 않는 거죠. 그러면 뭐, 원래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그런거구나. 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지요. 5개월간의 고민의 결론이 그렇다면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현재의 희망제작소는 인턴이라는 단어의 '의도적 오해'를 이용하고 있다. 고 판단합니다. 아마도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같은, 또는 비슷한 문제를 느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1. 희망제작소가 가지는 프레임의 문제

    희망제작소는 몇 가지 아주 구린 프레임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뭐 이 글 쓰신 분이야 결국 한 분 - 제가 알지도 못하는 어떤 한 명 - 이시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름이 희망제작소 사무국으로 나왔으니, 희망제작소 사무국이 이렇구나. 하고 이해할 수 밖에 없지요.

    당장 보이는 프레임은 몇 개 있네요. 참고로,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제가 쓰는 표현입니다. 조금 더 풀어 쓰자면 어떤 현상이나 상황을 보는 방식. 이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기제라고도 하는데, 저는 요즘 들어서는 시각적 요소에 좌우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텍스트 역시 마치 사진처럼 끊어 읽는 경향성이 커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프레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뭐, '시각'이라는 의미와도 크게 틀리지 않고 말입니다. 참고로, 이 글을 저렇게 문단 단위로 인용하고, 거기에 대해 쓴 이유 역시 이렇게 프레임 단위로 끊어 보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가 현재 가진 프레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옳은 일을 하는데 방법 좀 소홀했다고 그걸로 까면 너는 개새끼'라는 착한놈 까지말라 프레임.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함부로 사람 이렇구나 하면 안된다'는 일반화 프레임,
    '남들이 다 오해해도 우리가 맞아'라는 진보의 고집 프레임. 
    '니들이 뭐라해도 우리는 우리 길을 간다'는 정신승리 프레임.

    물론, 어떤 개인이 이렇게 주장하면, 우리는 그를 그냥 피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힘있고, 영향력이 있는 집단이나 단체라면, 그건 우리에게도, 나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지요. 뭐 내버려둬도 됩니다만, 그 덕분에 지금 우리가 이꼴이죠.


    2.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 문제

    어쨌거나 이 글이 이 타이밍에 나온 이유가 뭐든간에, 10일에 박원순 변호사는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직,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재단에서 모두 사퇴하셨고, 그렇다면 이 글은 타이밍에 맞는 실드라는 시각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겁니다. 이 글이 지금 나온 계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아마 쓰시면서 그것도 아무 생각 없이 하시지는 않으셨을 겁니다. 그러나 이 글은, 제 글 아니라도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보건대, 외려 박원순 변호사의 앞길을 막는 글이 될 듯 합니다.

    왜 그러셨어요.

    이런 상황인데다, 답 역시 '어쩔 수 없다'라든가, '오해다'라든가, '그건 사람마다 다른 거다'는 프레임 드립이시면 이 글이 좋은 효과를 낼 수가 있을까요. 어떤 분의 충성인지, 아니면 호의인지, 아니면 그런 거랑 아무 상관없는, 그저 단순 오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타이밍은 아주 안 좋군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현재까지는 박원순 변호사의 서울시장 출마는 지지하고 있습니다. 베스트는 아니지만, 아직 모르지만, 현재까지는 지지하는 입장입니다. 차선도 선이니까요. 그리고, 이 글이 제 정치적 성향에 대한 글은 아니니, 이에 대해서는 그만 이야기하죠. 통합이 되는가 아닌가는 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어지는 선거들에도 그렇고. 뭐 이 이야기는 그만 하겠습니다.


    3. 희망제작소에 바란다

    우선, 내부의 프레임에 대해 좀 심각하게 고민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실 듯 합니다. 특히 내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만큼 쉽게 무서워지는 사람이 없죠. 그런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국회라는 라이브 쇼도 있으니, 한 번쯤 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저요? 저도 역시 그렇죠. 그러니까, 제가 틀렸다면 어디가 틀렸는지, 어떻게 틀렸는지 명확하게 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또 5개월 기다려야 한다면... 뭐 잊고 살죠.

    어쨌거나, 저는 조직에서도 이건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그리고, 희망제작소에서 인턴을 하시는 분들 역시 이러한 희망제작소의 이상에 공감하시는 분들이라니, 이런 프레임이 그분들에게도 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도, 과연 지금 생각하는 게 정말 옳으신 건지, 정말 이렇게 하는 것이 희망제작소에게 옳은 것인지, 아니면 희망제작소가 진짜로 도움을 주고 싶은 현재 여기, 우리에게 옳은 것인지 고민을 좀 더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라면, 희망제작소는 희망제작소의 유지와 방향성의 확보를 더 원하시는 건지, 아니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더욱 명확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원하시는 건지 말씀해 주시면 좋겠네요.

    제게 한 답은 아닌 것 같지만, 문제를 제기하고 기다렸던 사람으로서, 우선 답변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제가 기대했던 답은 아니네요. 아쉽게도.

    마지막으로, 어쨌거나 저도 꽤 스트레스를 받았으니, 스트레스 좀 받아보시라고 인용 하나 하겠습니다. 제 이전 글에 댓글을 달아주셨던 분의 글입니다. 저는 이 정도의 문장력이 안 되어 엄청나게 긴 글을 썼습니다만, 본질적으로는 이 분의 정리가 가장 명확한 듯 합니다.

    링크가 없어 그저 제 블로그에 쓰신 이름은 체제위협세력.


    <일당 5천원으로 일일 8시간을, 주5일로 5개월을 굴린다> 상식과 개념이 있는 자들은 이를 <노동착취>라고 부른다. 장황하게 지껄여도 이 한 줄의 명백한 팩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니 문제를 제기 하지 말란다. 현실을 고치자니 현실은 고칠 수 없단다. <노동착취>를 말하니 <지옥에서까지 노동착취>하겠단다.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무급인턴자들은 되려 <꿈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빵>까지 주면서 고마워했단다. 굳은 신념. 동일한 인물을 우린 알고 있다. <노동착취를 인정하고 지옥에서까지 노동착취하겠다>고 발언한 분이 종종 까대던 바로 그분. 말들은 장황하나, 팩트는 불변한다. 용어는 난무하나 현상은 그대로다. 구호는 <희망>이지만 내용은 <절망>이다(강조컨대, 첫줄의 팩트를 일반적으로 희망이라 말하진 않는다). <희망>이 없는 가장 큰 이유를, 공교롭게도 <희망>으로 먹고 사는 공간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비극>이라 부른다.

     
    지금 박원순 변호사가 가 있는 프레임에 대한 가장 명확한 이해가 아닐까 합니다. 위험하다고요. 이건. 좀 잘 해주세요. 제발. 젠장.

    Comment

    조합원 13-09-21 00:47
    글은 길지만 인턴이란 이름 달고 취업 스펙 쌓기를 이용하여 자기들만의 고도의 미끼를 써서 사용한 노동력 착취 입니다
    현대자동차는 이천 오백만원, 사내하청은 올해 임금이 천오백만원 상승 했다는 기사를 보면 희망버스 운운라는 문구가 맞는지요
    서울메트로는 올해 임금이 퇴직금까지 날리면 천만원 날리게 생겼습니다-울산 버스타고가서 창세기 내논 인간들이 서지노고요
    노동조합의 근본은 근로조건 개선하고 조합원 먹고 살만하게 해주는것이 아닙니까?서지 개자슥들이 민주로 사기만 쳐대고 있슴
    연말이 지나고 나면조합원님들이 다들 알게 되겠지요 뭐가 문제인지,,,얘들 학자금에 전세값 상승에 월급 하락에...젠장 된장
    박원순개 14-03-26 06:14
    님 글에 절대 공감합니다. 인턴이라 함은 정규직 될 희망을 가지고 일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규직 직원이 될 꿈을 가지고 대학생들이 무급인줄 알면서 그렇게 지원했던 겁니다. 그래서 경쟁률이 10대1이었죠. "자원봉사라고 했으면 절대 지원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희망제작소 인턴 출신 대학생의 말이 떠오릅니다. 또한 해외어학연수까지 안가고 이 곳에서 하루 일당 5천원(지금은 만원)을 받고 일한 대학생들 많습니다. 정말 박원순의 거짓말에 치가 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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