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인정욕망과 시선, 이는 우리가 흔히 쉽게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자존심’과 ‘자긍심’이 어떻게 구별되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알려준다.
자존심은 남들에게서 자신에 대한 존중을 얻으려는 마음이다.
남들의 시선 앞에서 자신의 강점을,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이고, 그런 방식으로 남들에게 인정받으려는 욕망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존심은 ‘자의식’의 다른 형태다.
남들 눈에 내가 어떻게 비칠까를 근심하는 것, 그게 자의식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려 하며, 그것이 드러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만약 그게 드러나고 싶으면 화를 내기도 한다.
잘 알려진 얘기지만, <심청전>에서 물에 빠졌다 살아난 심봉사는 공양미 삼백 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 말에, 덥석 그러마하고 말한다.
그를 구해준 몽은사 화주승은 심봉사의 살림을 보고, 그게 가능하겠냐며 만류한다. 그러나 가난을 걱정하는 화주승의 말에 심봉사는 벌컥 화를 내며 “남의 집 살림을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함부로 하오? 사람을 업수이 여겨도 유분수지...” 라며 시주첩에 적으라고 재촉한다.
심봉사의 자존심이, 곧바로 후회하게 할 엄청난 ‘사고’를 치게 하는 것이다.
자의식과 자존심은 이처럼 자기 삶을 갉아먹는다.
반면, 자긍심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긍지’의 표현이다. 그것은 남이 아닌 자신의 시선, 자신의 척도에 스스로를 비추어 본다.
남의 인정을 구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에 비추어 자신이 잘했는지, 잘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삶에 자긍심을 가진 이라면, 가난을 감추고자 하지도 않을 것이며, 가난이 드러난다고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것의 일부고, 자신이 긍정하려는 것이니까.
왜 그런 식으로 사느냐고 누가 물으면, 굳이 해명할 필요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누가 오해할까 걱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김상용의 시에서처럼 ‘왜 사냐건 웃지요“ 식으로 여유 있는 웃음 한 번이면 충분할 것이다.
자존심은 약한 자들이 자신의 약함을 가리기 위한 방어기제고, ‘자긍심’은 강한 자들이 ‘스스로 갖고 있는 힘에 대한 긍정’이다.
전자는 남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자기를 향한 것이다. 그렇기에 자존심은 남 얘기에 귀를 쫑긋 세우지만, 남의 비판에는 귀가 닫혀 있고, 자긍심은 남 얘기에 귀를 세우지 않지만, 남의 비판에는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