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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장치 없이 작업”…현대제철 당진공장 ‘죽음의 행렬’

    • 조합원
    • 13-05-11 02:28
    • 1,228
    기사입력 2013-05-10 20:56 | 최종수정 2013-05-10 22:26 
     
    [한겨레] 하청노동자 5명 질식 사망

    안전관리 소홀이 일차적 원인 꼽혀 노동계 ‘일회성 사고 아니다’ 지적

    “고강도 노동 시키는 기업문화와 원청업체 책임회피가 빚은 결과”

    10일 새벽 현대제철 협력업체인 한국내화 노동자 5명이 숨진 채 발견된 곳은 충남 당진제철소의 제강공장 ‘전로’ 안이다. 전로는 내화벽돌이 내장된 세로로 긴 항아리 모양의 용기로, 용광로(고로)에서 나온 쇳물을 옮겨와 황·인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시설이다. 숨진 노동자들은 이곳에서 보수공사를 하던 중이었다. 이들이 질식한 이유로 추정되는 아르곤가스는 불순물 제거 공정에서 필수적인 물질이다.

    질식 위험이 있는 작업공정이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을 했다”고 제철소 노동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김정열 노동안전1부장은 “현장 조사 결과 노동자들이 휴대용 가스누출 감지기나 방독 마스크 같은 안전장비도 없이 작업하던 중 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소홀도 문제지만, 노동계는 이번 사고를 우발적인 일회성 사고로 보지 않는다. 최근 9달 동안 당진제철소에서만 노동자 10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2일 오후 4시30분,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홍아무개(52)씨가 철 구조물에 깔려 사망한 뒤, 연말까지 감전·추락·깔림 등의 이유로 모두 5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명은 여태껏 의식불명 상태다.

    이런 ‘죽음의 행렬’은 고강도 노동을 주문하는 현대제철의 기업문화와 인명사고가 나도 원청업체에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적 관행이 빚은 결과라는 게 노동계 시각이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경우 과거부터 불도저식 정신을 강조한 현대그룹의 기업문화가 남아 있다. 최근 공장 증설 등으로 작업량이 엄청나게 늘었다. 이번 사고가 새벽에 벌어진 것에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성명을 내어 “이번 사건은 기업주의 안전불감증, 원청업체의 책임 회피,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하나 마나 한 행정감독 등 총체적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산재사망 처벌 및 원청 책임 강화법 개정 방안 토론회’ 자료를 보면, 최근 3년 동안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2045건 가운데 32%는 사업주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은 3%에 불과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21건의 산재 사망사고에서도 원청업체에 부과된 벌금액은 최대 3000만원이고, 대부분 1000만원대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원청업체가 산재 사건을 두려워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업체에도 안전관리 의무를 두기 때문에 현대제철 쪽의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조사 결과에 따라 특별감독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안전 시스템의 붕괴가 최근 벌어진 각종 산재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두용 한성대 교수(기계시스템공학)는 “지난 5년간 산업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는데 산업안전 시스템은 옛날 식으로 사실상 방치됐다. 최근 잇따른 산재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 시스템 붕괴로 인해 앞으로 곳곳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정국 이완 기자 jglee@hani.co.kr